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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아비정전 발 없는 새의 부유 (+왕가위 감독)

by 2021. 12. 1.

아비정전 발 없는 새의 부유 / 왕가위 감독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까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왕가위 감독의 홍콩이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들을 접한 건 2000년 이후였지만 지금 다시 봐도 감독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됩니다. 왕가위 감독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영화 제목을 들으면 탁! 하고 OST가 흥얼거려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덤으로 음악을 배경 삼아 흐르던 영화 속 장면이 플레이됩니다. 예를 들어 아비정전의 Maria Elena를 어디선가 들으면 그 음악에 맞춰 맘보춤을 추던 장국영이 떠오르는 식입니다.

맘보 춤 추는 장국영
맘보 춤 추는 장국영

영화 리뷰를 쓰려고 왕가위 감독의 필모를 찾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혹시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아시나요? 2008년 개봉한 나탈리 포트만과 주드로가 주연한 영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꾀나 인상적이었던 영화였는데, 이 작품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 이영화를 통해 노라 존스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 노라 존스 음악을 정말 지겨울 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듯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작품을 살리는 음악 선정이 탁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아비정전
영화 아비정전

다시 아비정전 리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성을 인정받아 홍콩 최고 권위의 금장 상영 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 5개 부분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당대에 인정받기 어려운 걸까요. 시간이 흐른 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다시 보고 또 보게 되는 영화로 남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보게 된 것도 넷플릭스 영화 탭 지금 뜨는 영화 코너에 아비정전이 있길래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아비정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1990년 12월 개봉한 이후 무려 4번의 재개봉을 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비정전 장국영 필리핀
아비정전 / 장국영

아비정전은 97년 홍콩 반환을 앞둔 홍콩 청춘들의 심리가 담겨 있는 영화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95년 작품인 중경삼림에서도 홍콩 반환에 대한 심리를 반영해 만들었습니다. 아비정전에서 아비(장국영)를 홍콩으로, 수리진(장만옥)을 영국, 루루(유가령)를 중국으로 대입시켜 보면 감독이 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비정전 영화 속 장국영
발 없는 새 아비 장국영

아비정전의 명대사 하면 발 없는 새에 대해 말하는 아비의 대사라 생각합니다.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그렇게 아비는 발 없는 새처럼 날다 필리핀으로 날아가 서서히 내려앉습니다.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되는가. 죽을 땐 눈을 감아야겠군. 당신은? 생이 끝날 때 뭘 보고 싶을 것 같아?" 이 대사를 하는 아비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실제 장국영의 삶이 오버랩되기 때문이겠죠. 그가 우리를 떠난 지가 벌써 내년이면 19년이 되네요. 영화 아비정전은 아비를 비롯해 부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부유하는 아비는 마음 한편에 공허를 갖고 살아갑니다.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받은 버림으로 인해 사랑에 굶주려있지만 정작 본인도 어머니처럼 사랑을 주지 못하죠. 사랑에 굶주린 채 자라 사랑을 주는 법을 모르는 어른. 아비.

장만옥
장만옥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서는 남녀가 제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스치고 그리워하고 쓸쓸합니다. 그럼에도 영화엔 다 사랑이 있죠. 그렇게 맞지 않는 타이밍과 어긋남 속에 그럼에도 결국 사랑을 찾게 되는 우리가 보입니다. 지금 시대에도 사랑받는 아비정전엔 우리의 현재가 있습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채 정착할 곳을 찾아 떠도는 모습도 정착했지만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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